故 김용진 동지 추모성명 및 추모게시판
라이더유니온 추모 성명
닷새 만에 또 배달노동자 사망… 산재 1·2위 플랫폼의 반복된 참사
- 정부는 배달 플랫폼 업종을 산재 감축 최우선 과제로 지정하라 -
2025년 8월 5일 밤 10시 25분, 경기도 군포시 당동 교차로에서 쿠팡이츠 배달 업무 중이던 만 45세의 라이더가 시내버스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고인은 평소 신호를 잘 지키고 서행 운전을 하던 신중한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고는 정차 후 출발하던 시내버스와 골목에서 서행 우회전하던 오토바이가 서로를 제때 인지하지 못하면서 발생했고, 오토바이는 버스에 끼인 채 약 10미터를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사고의 정확한 경위는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라이더유니온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참사는 7월 31일 밤, 서울 반포역 인근에서 발생한 버스-오토바이 충돌 사망 사고 이후 닷새 만에 다시 반복된 죽음입니다.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플랫폼이 설계한 속도·물량 경쟁과 단가 구조, 이륜차 안전이 배제된 도로 환경, 반복되는 야간·장시간 노동이 결합된 구조적 재해입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쿠팡이츠 리워드 상위 그룹인 ‘골드플러스’ 조건을 맞추기 위해 2주간 400건 이상을 배달하고, 수락률 90% 이상을 유지하며, 매주 100건 이상을 꾸준히 수행해 온 배달노동자였습니다.
특히 이번 주 리워드 그룹이 8월 6일 오전 6시에 갱신된다는 점을 고려해, 그 직전까지 조건을 채우기 위해 폭염 속 심야 배달까지 이어가며 극심한 과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사고는 리워드 조건을 모두 채운 바로 다음 날,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콜을 수행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누적된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겹친 상황에서, 과로를 강제하는 구조가 만든 죽음이었습니다. 리워드와 수락률 조건은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라, 집중력 저하와 과로를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시스템입니다.
고인은 매일 12시간 안팎의 장시간 배달노동을 이어왔고,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 온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곧 한 가족의 생계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현실을 결코 개인의 불운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는 단지 일만 하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했고, 위험한 현실을 바꾸고 권리를 지키고자 연대하며 싸워온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몸바쳐 싸워온 구조는 끝내 바뀌지 않았고, 변화 없는 현실은 오히려 그를 먼저 앗아갔습니다. 바뀌지 않은 구조 속에서, 그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산재 통계 최상위에 오른 현실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최근 수년간 산재 승인 건수 1위는 배달의민족 자회사 ‘우아한청년들’, 2위는 쿠팡이츠이며, 쿠팡이츠는 2024년 한 해 동안 산재 ‘사망사고 승인’ 1위 기업으로 기록됐습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제치고 배달 플랫폼이 산재 1·2위를 점유하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말로만 대처해서는 안 됩니다. 배달 플랫폼 업종을 산재 감축 최우선 업종으로 지정하고, 온라인 중심의 형식적 교육이 아닌 오프라인 안전교육 의무화, 이륜차 면허 및 자격 체계의 전면 정비, 라이더 자격제 도입까지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들 또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배달노동자에게 리워드·등급제를 통한 경쟁과 과로를 강요하는 구조를 즉시 중단하고, 기본 배달 단가를 정상화해 ‘더 빠르고 더 많이 일해야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위험에 돈이 몰리는 ‘프로모션’ 구조 역시 즉시 중단돼야 합니다.
또 한 명의 동료를 거리에서 떠나보냈습니다. 우리는 이 죽음을 끝까지 기억하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바랐던 조합원 동지, 이제는 고인이 된 그의 뜻을 우리가 이어가겠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살아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라이더유니온은 멈추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2025년 8월 6일
라이더유니온